우울증과 함께 뇌의 기분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대표적 질환인 양극성 장애는 기분이 들뜨고 신나는 상태인 ‘조증’과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인 ‘우울증’이 교대로 나타나면서 사소한 일에도 감정 변화가 심합니다. 국내에서는 인구 100명당 3∼5명이 양극성 장애 관련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양극성 장애로 인한 환자의 자살률은 15%에 이르는데 일반의 인지도가 낮을 뿐 아니라 전문의들조차 명백히 다른 질환인 우울증과 오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절반가량이 양극성 장애일 가능성이 크며, 산후우울증은 90%가 양극성 장애이라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또한 “양극성 장애을 방치할 경우 대인관계 등 사회생활의 문제, 알코올이나 약물의 남용, 개인적 고통 및 가정의 붕괴, 재정적 위기, 폭력 등 많은 문제점을 수반하게 된다.”고 경고 했습니다.
따라서 양극성 장애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환자의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돕고 또한 재발 예방에 있어 중요합니다.
기분장애는 정서적인 기분의 비정상적인 변화를 주된 특징으로 합니다. 기분의 변화는 양상에 따라 조증상태와 울증상태로 구분되는데 조증상태는 적어도 일주일 이상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된 상태를 말하며, 울증상태는 최소한 이주일 이상 현저하게 우울한 기분을 보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과거에 조울증이라고 불리던 장애로써 조증과 주요 우울증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조증의 특징에는 행복감, 과잉 활동성, 과대망상, 성가실 정도로 말이 많아짐, 비현실적 낙관주의, 고양된 자존감 등이 있습니다. 조증환자는 흔히 잠을 적게 자고 주의가 산만하고 무분별한 생동을 하기도 합니다.
양극성 장애는 청소년기에 처음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일평생동안 성인의 0.4-1.6%가 장애를 일으키며 남녀발생비율은 비슷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유전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약물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1. 양극성 장애를 일으키는 요인
(1) 정신분석이론 : 부모로부터의 사랑이 거절당하고 좌절당하는 경험이 심할 경우 생존의 위협과 불안, 좌절에 따른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한편 분노에 대한 처벌이 예상되면 자신을 자책하게 되는데 이 모든 정서적 경험이 의식적으로는 고통스럽기 때문에 무의식화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자란 사람이 어른이 되어 좌절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 무의식속에 잠재해 있던 좌절의 복합감정이 살아나고 좌절과 분노의 감정을 외부로 표출시키지 못하고 자기에게 돌리게 될 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신을 자책하게 되고, 무기력해져서 우울증을 일으키게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2) 행동주의적 입장 : 만약 실직을 당하게 되면 그만큼 보상(강화)받을 원천이 사라져 행동이 위축이 되는데 처음에는 주위로부터 위안을 얻지만, 점차 사회적 보상이 줄어들게 되어 결국 더 위축되고 의욕을 상실하여 우울상태를 보인다고 합니다.
(3) 인지적 입장 : 사람이 자기자신이나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 그 사람의 행동이나 정서상태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우울증을 일으키기 쉬운 사람들은 자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뚜렷하고 성공을 과소평가하며 실패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서 결국 우을증을 일으킨다고 설명되고 있습니다.
(4) 생물, 의학적 입장 : 근래에 기분장애 환자에게서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 발견되었는데, 주요 우울장애의 뇌에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나 노어에피네피린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낮음이 발견되었습니다. 우울상태에서는 세로토닌과 노어에피네피린의 수준이 모두 낮고, 조증상태에서는 세로토닌의 수준은 낮고 노어에피네피린의 수준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2. 양극성 장애의 증상
(1) 조증 상태–
조증 상태가 되면, 평소에 얌전하던 사람도 너무 자신만만해지고, 심한 경우에는 언어적으로나 행동적으로 거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분이 아주 들떠있는 상태로 아주 예민해서 쉽게 흥분하고 스스로를 과대하게 생각합니다.
들떠있는 기분 때문에 흔히 다른 사람도 같이 기분 좋거나 들뜨게 만들어 병이 아닌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환자를 평소부터 잘 알고 있는 가족들과 같은 사람들은 환자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낼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분이 과도하게 좋아지고 들뜨게 되는 것 외에도 짜증스러운 경우도 조증의 기분증상일 수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사실입니다. 조증환자들은 약물(술, 본드, 환각제, 마약)을 남용하기 쉽고, 성적으로 무분별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상대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행동합니다. 사고의 비약 증상에 의해서 기발한 생각이 들었다는 느낌이 들면, 새벽 2시에도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설명을 합니다. 옷차림이 다른 사람의 눈에 금방 띄거나, 거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충동조절이 안되기 때문에 자주 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오는 동안 5번이나 싸움을 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조증 기간에 망상이나 환각 같은 정신병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망상이나 환각증상이 나타나면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으며 항정신병 약물을 같이 복용해야 합니다.
(2) 우울증 상태
기분은 우울해집니다. 우울증은 신경전달 물질의 부조화에 의해서 생기는 생물학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에 신체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먼저 쉽게 피로해집니다. 만성피로라는 말이 유행이 될 정도로 피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대개의 경우 신체적인 이상을 염려하여 종합검진을 받아보아도 아무런 이상이 없거나, 이상소견이 나온다 해도 그 소견의 이상에 비해서는 너무 피로증상이 심한 경우 우울증의 신체증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잠이 너무 오거나 안 옵니다. 피로하면서도 잠은 잘 못자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합니다다.
입맛이 떨어져서 식사를 못하고 머리가 아프거나, 목 뒤, 어깨, 팔이 뻐근하거나 아픕니다. 우울증의 신체증상은 증상만 가지고는 다른 여러 신체적인 질환과 구분이 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우울증이라고 진단이 된다 하더라도 신체질환(예를 들면, 간염,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행동증상을 보면 자세가 구부정해지고, 힘이 없어집니다. 또 행동이 느려지고, 작아집니다. 글씨를 써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없어서 흐리고, 글자의 크기도 매우 작아질 수 있습니다. 우울증의 원인으로 인지적인 장애를 생각할 정도로 생각은 우울증을 생기게 하기도 하고, 우울증에 의해 생각이 변하기도 합니다.
우울증의 사고장애를 보면 집중력, 기억력이 떨어지고, 부정적으로 변합니다. 특히 자기 자신, 미래, 자기 주변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또 자신이 무가치하게 느낍니다다. 살아온 것이 다 헛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괜히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되거나 방해만 된다는 죄책감을 갖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면 살 이유가 없어져 자살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3. 양극성 장애의 진단 기준
(1) 조증의 진단 기준(DSM-IV)
A. 비정상적으로 의기 양양하거나, 과대하거나 과민한 기분이 적어도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기간이 있습니다.
B. 다음 증상 가운데 3가지 또는 그 이상이 지속되며 심각한 정도로 나타납니다.
(1) 팽창된 자존심 또는 심하게 과장된 자신감.
(2) 수면에 대한 욕구 감소
(3)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말을 하게 됨.
(4) 사고의 비약 또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주관적인 경험.
(5) 주의 산만(주의가 쉽게 중요하지 않거나 지엽적인 데로 쏠림)
(6) 목표 지향적 활동의 증가
(7) 고통스런 결과를 초래할 쾌락적인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
(2) 주요 우울증 진단 기준(DSM-IV)
A. 다음 증상 가운데 5개 또는 그 이상의 증상이 연속 2주 기간 동안 지속되며, 이러한 상태가 이전 기능으로부터 변화가 있을 경우 적어도 우울한 기분이거나 흥미, 즐거움의 상실이 있습니다.
(1)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이 있습니다.
(2) 모든 또는 거의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같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
(3) 체중조절을 하고 있지않은 상태에서 의미있는 체중의 감소나 체중의 증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식욕의 감소나 증가가 있는 경우.
(4) 거의 매일 나타나는 불면이나 과다 수면.
(5) 거의 매일 나타나는 정신 운동성 초조나 지체.
(6) 거의 매일 피로나 활력의 상실.
(7) 거의 매일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
(8) 거의 매일 나타나는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
(9)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 특정한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 생각 또는 자살 기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특정 계획을 세우는 경우.
4. 양극성 장애의 치료
1. 조증의 치료
크게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성조증 상태에서는 입원 및 약물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질병에 비해서 비교적 치료반응은 좋은 편이며 약물도 최근에는 부작용이 적은 약물이 개발되어 약물치료로 인한 불편함이 많이 감소하였습니다. 대표적인 항 조증약물에는 리튬이 있고 그 외에도 상태에 따라 여러 약물을 함께 처방하기도 합니다. 치료 중 손발이 떨린다든지, 소화가 안되고 속이 느글거린다든지 갑자기 소변이 많이 나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임신 중 리튬은 금기 시 되고 있으므로 다른 약으로 대체합니다.
항조증 약물에는 리튬, 카바마제핀, 발프로애이트 등이 있습니다.
(1)리튬 : 급성 조증은 물론 조증이 가라앉은 후에도 유지치료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약입니다. 혈액 검사로 혈중 농도를 확인하며 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부작용 중에 손발이 떨리거나 기억력이 떨어진다거나 위장관 불편감은 용량을 조절하면 별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심장, 신장, 갑상선에 일으키는 부작용은 주의해야 합니다. 원래 심장에 문제가 없었다면 위험하지 않습니다.갑자기 소변 량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는 수분섭취 과다로 인한 것이고, 간혹 요붕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리튬은 갑상선에 영항을 미쳐서, 주로 기능 저하를 일으킵니다. 리튬으 로 치료받는 환자의 7-9%에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장기간 복용하면 50% 에서 갑상선자극 호르몬의 이상이 나타나므로 일년에 한번 검사를 시행합니다.
(2) 카바마제핀 (테그레톨) : 원래는 간질의 치료에 쓰이던 항간질 약입니다. 부작용으로 졸립거나 손이 떨리거나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단지 2만 명당 1명 꼴로 심각한 혈액 질환 (무과립구증, 재생 불량성 빈혈)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고열, 반점, 자반증(멍), 인후통이 나타나면 곧 의사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치료 시작하고 수 주내에 과민성 간염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부에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발진, 가려움증 같은 가벼운 증상은 10-15%에서 보이고 드물게 심각한 피부병이 생긴 경우도 있습니다.
(3) 발프로애이트 : 항경련제이지만 조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부작용은 카바마제핀과 유사하고 체증의 증가, 탈모도 있을 수 있고, 드물지만 부작용으로는 췌장염과 간 독성이 있습니다.
2. 우울증의 치료
크게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로 나눌 수 있고 이 둘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치료 계획은 각 환자마다 마치 옷을 맞춰 입듯이 매우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하고 담당 전문의가 환자, 가족과 의논하여서 결정하게 됩니다.
(1) 약물 치료 : 주요우울 장애의 치료에는 약물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간 정신과 약물치료의 놀라운 진보에 힘입어 상당히 효과가 좋은 약물들이 많이 개발되었으며, 실제 임상에서의 성적도 과거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편입니다. 환자의 신체적 조건, 과거에 어떤 약에 반응이 좋았는지, 우울증의 형태, 쓰고자 하는 항 우울제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서 소량부터 차차 증량하면서 처방을 받게 됩니다. 주요 우울 장애의 경우, 정확한 진단과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잘 받으면, 70-80%가 발병 전 수준으로 회복되게 됩니다.
(2) 정신 치료 : 약물치료 이외에도 다양한 정신과적 치료가 병행되면 더 효과가 좋습니다.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은 감정부전 장애 등은 약물치료 이외의 치료가 더 중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정신치료입니다. 정신치료는 환자의 성격적인 문제를 치료하는 것부터, 현재의 갈등하는 부분만을 치료적으로 도와주는 것까지 그 목표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인지치료, 대인 관계치료 등 다양한 형태의 정신 치료가 있습니다.
약물치료에서 항우울제는 삼환계 항우울제, MAO 억제제, 제 2 세대 항우울제와 새로 개발된 serotonin계 항우울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① 삼환계 항우울제 (Tricyclic antidepressant : TCA) : 이미프라민,아미트리프틸린,노트리프틸린,크로미프라민 같은 성분명을 가진 약이 여기에 속합니다. 항우울제는 처방후 약 3주가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치료 시작하고 첫 2주 동안은 부작용만 많이 느끼고, 좋은 것은 별로 못 느껴서 치료를 그만두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주요 부작용에는 입이 마르고 졸립고 지치고 어지럽고 배뇨곤란이 있습니다.
② MAO 억제제 : 발효식품같은 티라민이라는 물질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서 복용하면 고혈압을 일으키므로 이런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하는데, 우리 나라 음식이 ( 된장, 고추장, 간장 ) 대개 위험해서 잘 쓰이지 않습니다.
③ 세로토닌계 항우울제 : 플류옥세틴 ( 프로작 ), 파록세틴 ( 팍실 ), 설트랄린 ( 졸로프트 ) 등이 속합니다. 이 약은 새로 개발된 항우울제로 졸립고 쳐지는 부작용이 없습니다. 기존의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살이 찌는 부작용이 없습니다. 부작용은 주로 소화가 않되고 메스꺼리거나 불면증, 두통 등이 있습니다. 잠이 않올 수 올 수 있어서 오전에 한번 처방 받는 것 이 보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