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대형세단 베리타스

현재의 쉐보레가 사명을 변경하기 전에는 GM대우라는 이름을 사용했었다.

GM대우의 자동차 라인업에는 안타깝게도 대형 세단이 존재 하지 않았는데,  GM에서는 대우자동차의 프리미엄급 라인업을 론칭하기 위해서 국내에 베리타스라고 하는 대형 세단을 출시한 적이 있다. 소리소문 없이 출시했다가 사라졌기에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베리타스는 스테이츠맨이라는 대형 세단이 실패하자 후속작으로 내놓은 자동차인데, 사실 대우자동차라고는 할 수 없고 호주의 홀덴사에서 만든 베리타스를 엠블렘만 교체한 형태로 국내에 수입해온 자동차이다.

판매량을 기대하면서 들여온 차라기 보다는 라인업 확대용으로 들여온 차였기 때문에 사실상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아는 사람만 아는 자동차가 되고 말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렇게 숨을 거두기에는 참 아까운 자동차라고 생각한다.

베리타스가 스테이츠맨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들여온 자동차라고 하였는데, 사실 스테이츠맨 역시 베리타스를 만든 호주 홀덴사에서 만든 고급 세단이다. 스테이츠맨의 실패를 한번 맛보았기 때문에 국내시장의 입맛에 맞도록 약간의 수정을 거친 뒤 내놓은 자동차가 베리타스이다.

국내 실정에 맞도록 내장형 네비게이션과 지상파DMB를 포함시켰다. 또 백미러가 자동으로 접히는 기능 역시 추가됐는데, 외국에서는 주차 공간이 넓기 때문에 백미러를 접을 일이 거의 없다. 백미러가 접힌다는 것 자체가 국내 실정에 꽤나 신경을 썼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뒷 좌석 천장에는 모니터가 달려있어 언제든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었고, 좌석에는 안마 시트가 장착돼 있었다.

하지만 GM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는지, 기본 설정버튼이 호주식으로 적용되어 들여왔기 때문에, 카오디오 전원 스위치가 조수석쪽에 있다던가 하는 자잘한 불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베리타스는 고급 대형 세단인 만큼 홀덴의 알로이텍 V6 3600cc 엔진을 장착했고 자동 5단 변속기와 후륜 구동방식이 채택된 자동차였다. 호주에서는 V8 6000cc급 엔진을 장착했다고도 하는데 사실 국내에서 그 정도의 괴물 엔진을 장착한다 한들 제대로 사용할 곳이 있을까 싶다. 

여하튼 베리타스의 장점은 힘 좋은 엔진을 바탕으로, 밟으면 밟는대로 묵직하게 나가는 주행성능이 일품인 자동차이다.

낮은 rpm에서도 강한 토크가 걸리기 때문에 엑셀을 밟으면 몸으로 느껴질 만큼 가속성능이 좋았다. 주행성능 또한 우수했는데 고속에서도 코너링과 주행 안정감이 꽤나 우수했고, 적당한 묵직함의 핸들 역시 장점이었다. 

고급 대형 세단이라 하면, 뒷좌석에 앉은 회장님과 운전기사를 떠올리게 되는데 사실 베리타스는 크고 묵직한 차체에 비해 주행성능이 꽤나 좋다보니 직접 자동차를 끄는 오너가 많았다고 한다. 

베리타스의 외형은 지금 보더라도 중후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주는데, 외관상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휠하우스일 것이다. 

대형세단이라 치더라도, 다른 세단보다 넓은 실내공간과 크고 아름다운 휠베이스를 자랑하는데, 언제 봐도 베리타스의 3,000mm에 달하는 휠베이스는 크고 아름답다. 광활한 휠베이스는 호주의 실정에 맞도록 설계된 것이었는데 동급 자동차보다 휠하우스를 포함한 차체 자체가 크기 때문에 넓은 실내를 자랑했고,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초원 마냥 넓고 크다.

이런 육중한 차체를 자랑함에도, 국내의 체어맨이나 에쿠스와 비교했을 때 가속능력과 주행성능이 우수했기 때문에 베리타스를 좋아하는 매니아층이 형성되기도 했다.

많은 장점이 있었던 자동차임에도 베리타스의 판매량은 처참했는데, 앞서 말했듯이 라인별 모델을 채워넣을 계획으로 들여온 차였기 때문에 후에 알페온이 출시되기 전까지 고급세단 라인업의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여하튼 판매량은 1달에 100대 정도로 출고되었다고 하는데, 처참한 판매량 때문에 천만원에 달하는 할인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이 할인이 극에 달했던 시기는 2009년식 신형 베리타스가 출시되면서 2008년식 베리타스에 대해 폭탄 할인을 진행 했는데, 할인을 다 받고 나면 중형 세단인 소나타 풀옵션과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하니 과히 어마어마한 할인률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할인을 해줘도 팔리지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슬프다.

팔리지 않는 자동차 베리타스는 2010년을 끝으로 알페온으로 대체되는데, 사실 알페온도 처참한 결과를 맞이한 것은 다름없었기에 현재는 알페온 마저 단종되었고, 이제는 멋지고 남자다운 외관을 자랑하는 임팔라가 판매되고 있다.

뛰어난 가성비와 성능을 가지고도 팔리지 못한 베리타스를 볼 때 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 워낙 중고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베리타스는 중고가격이 900만원 후반대에서 1000만원 초반대로 형성되었는데, 고급대형세단이 이 가격이라니 놀랄 지경이다. 물론 대형 세단인 만큼 연비가 리터당 8.7km로 좋은 연비를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 시내기준으로 6~7km정도 나온다고 하며 고속도로 기준 시 12km정도 나온다고 하니 대형 세단치고 연비가 꽤나 좋은 편이다.

또한, CNG로 개조한 베리타스가 종종 매물로 나오는데, 연비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하니 CNG 베리타스를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뛰어난 가성비를 가졌음에도 단점이 하나 있으니, 해외에서 들여온 단종된 고급 세단이라는 것이 바로 단점이다.

고장이 나게 된다면 수리비가 수입차 수리비와 거의 다를바 없기 때문에, 비싼 수리비는 중고차 시장에서마저 베리타스를 버림받게 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