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 병원에서 간호사로서 근무한 시간 동안 겪었던 일들에 대해 적어본다. 이 글은, 내가 경험했었던 것에 대해 적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이 한정적이고, 다른 병원들과 다른 점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 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내가 학생이었을 때, 정신과 간호사에게 대한 정보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었기 때문에, 정신과 간호사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정보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정보성 글이라기 보다는 일기에 가까운 글이니, 약간의 참고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한번의 글에 모두 담아 내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포스팅 할 계획이다.
정신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특별한 이유라고 할 것 없은 없다.
학생시절 실습을 나가게 되면 우연인지, 유독 정형외과에만 실습을 나가게 됐었는데, 이 때문에 막연히 ‘나는 정형외과에 가라는 뜻인가 보다’ 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도 정형외과 실습은 재미있었고 정형외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하곤 했었다.
그러던 중 처음 하게 된 정신과 실습을 이후로 ‘나는 정신과에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다짐이 이어져 현재까지 정신과 간호사로서 근무하고 있다.
정신과에 지원할 생각이 있다면, 대학병원에 속한 정신과 병동에 갈 것인지, 혹은 정신과 전문병원을 택할 것 인지 선택해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대학병원의 경우 내가 정신과병동을 선택해 지원하더라도 실제로 정신과 병동에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병동 로테이션이라는 제도가 있다 해도 공석이 생겨야 들어갈 자리가 있는 것이고, 공석이 생긴다 한들 그 자리에 내가 갈 것 이라는 법은 없다. 말그대로 복불복에 가깝기 때문에 정신과에서 근무하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나 또한 그런 이유로 인해, 정신과 전문 병원을 택하게 되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를 조합해가며 자기소개서와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담을 하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내가 정신과 간호사라는 타이틀을 달기 직전까지 도달해 있었다.
언제부터 출근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놀아서 뭐해’ 라는 생각이 들어 ‘다음주부터 바로 가능합니다’ 라고 대답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며칠만이라도 조금 더 쉬다가 출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이유는 출근을 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나에게 휴식이라는 것은, 저 먼나라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근무환경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하루를 온전히 쉴 수 있는 off는 일반 병원에 비해서 매우 적다.
또한, 대부분의 정신과 간호사가 근무하게 될 곳은, 여느 정신과 병동과 다를 바 없이, 폐쇄병동이라는 장소이다.
폐쇄병동이라 하면, 단어가 주는 무언의 압박감이 있지만 실제로 병동내에 들어가게 되면 일반 병원과 크게 다를바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폐쇄병동이라는 단어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혹시 영화 ‘나를 보러와요’를 보며 정신과 병원을 떠올린다면, 그것은 정말 큰 착각이라고 보면 된다.
그 영화는 쉽게 말하자면, 정신과병원을 지옥이나 다름 없이 표현했다.
수 많은 정신과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아니 정신과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그 영화를 보고 많이 분노했을 것이다.
물론 실화에 근거해서 만든 영화라 하니, 진실여부에 대해서는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과 병동을 그리 어두 침침하고, 온갖 중범죄의 탄생지나 다름 없을 법한 곳으로 그려놨다는 사실이 매우 어처구니가 없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차후 다시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여하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하게 된 날, 나에게 주어진 일은 바로 환자들의 이름 외우기와 라포 형성이었다.
환자 이름이 적힌 명단을 들고 다니며, 특별한 일 없이 환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도록 교육받았다.
아무래도 정신과라는 곳은, 정신적 간호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들의 느끼고 표현하는 질병과 증상에 대해 알아야 그에 대한 간호를 할 수 있고, 형성된 라포가 수월한 치료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반반이었다.
환자들과의 대화를 위주로 첫 근무했는데,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병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현병 환자들은 다양한 망상과 환청 등의 증상을 가지고 있는데, 환자들이 표현하는 증상에 대해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이 옳은 것인지,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하면서 대화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환자의 말에 동의를 할 수도, 그렇다고 ‘그게 아니에요’라며 무작정 부정할 수도 없다.
물론 학생 때 배운 치료적 의사소통은 이미 머리속에서 지워진지 오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학생 때 열심히 배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많은 도움이 많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열심히 배운 학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병동에서 접하는 일마다 모두 어려운 일 뿐이지만, 그래도 시간은 점점 흐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들과의 친밀도가 쌓여간다.
환자들과의 라포가 형성되어 간다 하더라도, 한가지 어려운 점을 들자면 그건 바로 이름 외우기이다.
내가 근무하는 정신과 병동의 환자수는 아주 많다.
내가 학생 때 실습을 나갔던 정신과 병동은 환자수가 30~40명이었기에, 생각보다 많은 환자수에 놀라기도 했다.
나는 사람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이것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나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저 환자분에게 이름을 불러주며 대답하고 싶은데 이름이 막상 떠오르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수시로 들곤 했으니 나처럼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꽤나 고생을 할 것이라 본다.
병동 적응이 어느 정도 이루어 졌다면 환자들이 가진 질병과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약물에 대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정신과 병원은 정신과 약물 자체도 굉장히 다양하지만, 다양한 내과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내과에서 사용하는는 약물을 함께 사용 한다.
정신과 약물 자체로도 투약 오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지만, 정신과 내과를 구분할 것 없이 외관이 정말 비슷한 약물이 많아 투약 오류를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약물을 식별할 수 있는 생김새와 식별 문구를 외워야 한다.
나는 병동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약보관함을 열어 약의 이름과 외관을 외우곤 했다.
근무중에 공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퇴근 후 집에서 환자들의 증상을 공부하는 것은 덤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