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늦가을이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외투가 없으면 한낮에도 추위가 느껴질 만큼 시간이 흘러갑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짧아지는 것만 같은 가을입니다.
이 짧은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는 전국에 여러곳이 있지만, 이 중에서도 경주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합니다. 경주에 살다보니 이곳저곳 안가본 곳이 없다시피 하지만, 관광지인 만큼 여전히 안가본 곳 투성이입니다.
이번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코스로 나들이를 다녀오니 경주가 또 한번 새롭게 느껴집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아름다운 경주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 코스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가족단위로도 좋지만 연인들끼리 가기에 더욱 좋은 코스인 것 같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는 말이 있듯이 배가 든든해야 여행도 즐거운 법이라 생각합니다.
경주에는 여러곳의 맛집이 있지만, 날씨가 추워지니 따끈한 국수와 파전이 생각이 나는데요.
경주 시내에서 조금 동떨어져있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시는 옛 손맛이 느껴지는 분식집을 소개합니다
바로 ‘놋전 분식’ 입니다.
위치는 교촌마을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참 허름해 보이는 분식집의 외관입니다. 마치 어렸을 때 동네에 있던 구멍가게같은 느낌이 듭니다.
식당의 내부 역시 요즘처럼 깔끔한 식당은 아닙니다. 시장에서 어르신들이 막걸리 한잔 할 때 들렸던 포창마차 같은 분위기입니다.
위생에 많이 신경쓰시는 분들이라면 조금 꺼려하실만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당으로 들어 가면 방과 식탁 중 마음에 드는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데, 방에 들어가니 파리가 날아다니는 통에 식탁으로 나와 식사를 하였습니다.
주문한 음식은 회덮밥, 잔치국수, 그리고 파전입니다. 회덮밥은 분식집 내부에 있는 수족관에서 바로 잡아 뜨는 회로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합니다. 덕분에 갓 잡은 싱싱한 회덮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삭아삭한 야채와 초장을 함께 비벼 먹으면 시큼하게 입맛을 돋구는 메뉴입니다.
잔치국수는 들기름이 들어가 있어 고소한 맛을 느끼며 먹을 수 있습니다. 국수에 기름을 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입맛에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기름넣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기름맛이 조금 과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고소한 맛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파전은 하나만 시켜도 넉넉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큽니다. 파전에 올려주는 오징어는 보너스입니다.
개인적으로 파전을 자주 먹어볼 기회가 없어서, 다른 파전들과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파전 또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단지 바삭바삭한 파전이라기 보다는 반죽맛을 느낄 수 있는 파전이기에 바삭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봅니다.
가격은 세 종류의 음식을 모두 합해 18000원입니다.
참고로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현금으로 결제하거나 계좌이체로 결제 해야 한다고 하니 현금을 챙겨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배부르게 음식을 먹고 나왔다면 바로 옆에 위치한 교촌마을에서 구경을 하다가 교리김밥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리김밥은 대기시간이 기본 몇십분은 기다려야 하기에, 교촌마을은 구경하지 않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통일전 입니다. 사실 통일전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통일전 은행나무길’을보기 위해 찾아갔습니다.
저물어 가는 가을의 향취를 한껏 여물은 샛노란 은행나무 잎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도착해 보면 출사나온 분들을 포함하여, 많은 가족과 연인들이 제각기 도로위에 서서 추억을 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엄연히 차가 다니는 도로이지만, 누구나 편하게 도로에서 사진을 찍고 가을의 정취를 맛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통일전은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엄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삼국을 통일하는 데에 큰 공을 세운 김춘추와 김유신, 그리고 문무왕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곳입니다.
통일전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한 분위기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장소입니다.
통일전의 꼭대기에 올라가면 눈앞에 보이는 은행나무 길이 가을의 정취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합니다.
통일전은 입장료가 대인 기준으로 500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산책길의 대부분이 오르막길과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계단이 급경사로 만들어져 있어 어린아이나 연세가 있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관람하기 힘들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순간이 지나가면, 또 다시 1년을 기다려야 느낄 수 있는 정취이기에 점점 짧아져 가는 가을이 아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