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로퍼의 역사와 리스토어

최근 크게 관심이 가는 자동차가 있다. 

바로 출시된지 20년도 더 된 갤로퍼 라는 자동차이다. 

몇해전 방송에서도 여러번 언급되면서 유명해졌던 갤로퍼 리스토어의 열풍이 지금에서야 나에게 불어온 것이다. 

평소 자동차는 조용하고 정숙한 차가 좋은 차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갤로퍼는 조용함이나 정숙함과는 거리가 먼 20년이 지난 자동차임에도, 단순히 올드하고 클래식한 그 외관에 매료된 것이다.

갤로퍼의 중고 시세는 리스토어의 열풍 떄문인지, 20년이 지났음에도 100~30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사실 이 가격이면 연식이 20년보다는 덜 되었으며, 성능이 더 좋은 중고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기도 하다.

100~300만원의 가격이면 중고차 가격으로는 아주 저렴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단순히 장난감용으로 구입하기에는 아주 비싼 가격이고 데일리카로 이용하기에는 여러가지 리스토어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리스토어 완성 후 가격은 100~300만원 수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리스토어 가격은 제대로만 작업한다면 천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소형차 한대 가격이 나온다고 한다.

리스토어 업체 중 유명한 곳은 이름을 대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만한 곳이지만, 유사 업체가 꽤나 많다고 하니 리스토어를 할 때 업체 선정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아래의 사진은 소방순찰용으로 사용되던 갤로퍼인데 올드한 멋이 있다.



갤로퍼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다보니 이 자동차의 성능에 대해 궁금해졌다.

갤로퍼로는 1991년 현대정공이라는 회사에서 생산한 4륜 구동 프레임 타입의 SUV이다.

쉽게 말하면 오프로드, 즉 일반 도로보다는 흙길과 산길 등에서의 주행에 특화된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갤로퍼의 어원이 동물이 전력질주하는 것을 뜻한다고 하니 저 넓은 들판에서 달려나가는 말 한마리를 떠올릴 수 있다.

갤로퍼의 모회사인 현대정공은 사실 자동차를 만들던 회사가 아니었다. 

주로 항공, 철도 기계 생산을 주로 하던 공작기계 생산업체 였는데, 88올림픽 이후 레저 붐이 일어나면서 4륜구동 자동차가 유행할 것이라는 예측에 의해 자동차 생산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소문에는 현대가에서 경영권 쟁탈을 위해 현대자동차가 아닌 현대정공에서 자동차를 생산했다는 소문도 있다.

여하튼, 자동차를 만들지 않던 회사에서 자동차를 만들려 하니 당연히 잘 될리가 없었다. 

시제품으로 출시된 제품은 성능테스트에서 탈락하기 바빴다. 

승용차에 비해 구조 자체가 복잡하고 높은 차체 강성이 요구되었기 때문이고, 이 상태로는 이미 출시된 다른 자동차에게 코웃음을 받을 것이 뻔한 성능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자체 개발을 중단하게 되었고 미쓰비시 자동차의 ‘파제로’ 라는 4륜 구동 SUV의 라이센스를 구입하여 생산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파제로라는 자동차의 라이센스를 이용해 생산한 갤로퍼 이기 때문에, 사실 갤로퍼 초기형의 경우 파제로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현대 SUV의 기술적 노하우의 출발은 이 시점부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참고로, 현대정공에서 구입한 파제로 라이센스는 파제로2가 출시된 상황에서 파제로1의 라이센스를 취득한 것이니 이미 출시된지 오래된 구형자동차를 생산하는것과 다름 없었다고 한다.

파제로의 이름만 바꾼 갤로퍼1이 1991년에 드디어 출시되었다.

갤로퍼는 사실 여러가지 모델이 존재한다. 롱바디, 숏바디, 터보 인터쿨러 등의 모델이 존재하는데, 제일 초기에 출시된 것은 노멀 엔진의 롱바디 버전이었다. 사시 내가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것도 롱바디 버전이다. 

1990년대는 대가족이 함께 살던 시대였는데, 여러명을 동시에 태울 수 있는 우람한 크기와, 일본차의 기술을 그대로 박아놓은 튼튼한 SUV 라는 이미지의 갤로퍼는 국내시장에서 큰 파란을 일으킨다.

출시하자마자 3천여대가 팔리게 되는데, 광고와 입소문을 통해 1년만에 국내 4륜구동 SUV 시장의 52%를 차지하며 SUV시장의 왕자가 된 것이다. 아니, 왕자가 아니라 왕이라고 불러야 할 인기였다. 

당시 경쟁 차종은 쌍용의 코란도, 아시아의 록스타 등의 자동차였는데, 이 자동차들은 짜집기나 다름없는 기술수준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이미 성능이 입증된 파제로를 그대로 가져다 쓴 갤로퍼의 성능을 넘어설 수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갤로퍼만 팔려대니, 쌍용은 자동차가 잘 팔리지 않아 회사가 폐업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니 갤로퍼의 위엄을 알 수 있다. 

사실 쌍용도 이후 무쏘라는 명작을 탄생시켜 SUV계의 입지를 어느정도 회복한다.

갤로퍼는 이후 여러가지 모델을 출시 하는데, 각자 성능과 외관이 다르니 리스토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성능과 외형의 갤로퍼를 구입하는 것이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실 개인적인 감각으로는 갤로퍼1의 리스토어 버전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파제로의 외관을 그대로 가져다 썼기 때문에 상당히 각져 있고 남자다운 듬직한 외관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이 후 현대에서는 뉴 갤로퍼를 출시하며, 그릴과 헤드램프 등의 외관을 변경하는데 이 때부터 갤로퍼가 파제로가 아닌 갤로퍼로서의 분위기를 풍기게 되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뉴 갤로퍼 이후 갤로퍼2를 출시하는데, 사실 대부분이 떠올리는 갤로퍼가 바로 갤로퍼2일 것이다.

이전 시대의 갤로퍼는 연식이 연식인지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갤로퍼2 부터 현대의 심볼인 H마크가 사용되는데, 이때부터 각종 편의사항이 추가되었고 특히 에어백이 갤로퍼2부터 일부 모델에 적용되었다.

하지만, 외관은 각진 모습보다는 곡선이 사용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이전 모델보다 못생겨진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갤로퍼의 성능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출시 당시의 갤로퍼 엔진은 디젤 4기통 2500cc에 73마력이다. 

출시 당시에는 꽤나 고성능의 자동차였는데, 지금 73마력으로 자동차를 출시하면 욕 먹는다.

마력이 낮기로 유명한 sm 시리즈도 140마력 정도는 된다. 물론 연식이 크게 차이가 나지만, 대형 SUV가 73마력이라니 2016년 현재 큰 성능을 기대하면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73마력이라 하더라도 일반 주행, 적당한 오프로드는 문제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마력을 좋아하니 조금 더 높은 성능을 원한다면 터보차저 버전이나 인터쿨러 버전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인터쿨러 버전의 경우 101마력을 자랑하지만 연비가 노멀엔진보다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자동차의 성능은 단순히 마력으로 나타내 수 없다. 

실제로 갤로퍼 역시 마력은 낮더라도 저 RPM에서 토크가 최대로 출력 되기 때문에 '힘은 좋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갤로퍼의 장점 중 하나인 광활한 휠하우스는 31인치까지 무난하게 장착하고, 33인치의 대형휠까지 장착이 가능하다고 하니 크고 아름다운 타이어의 위용을 맛 볼 수 있다.

엔진의 내구성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내구성이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기 애매하다고 보면 된다.

갤로퍼 출시 당시 갤로퍼 엔진의 내구성을 자랑한다며 어느 대륙을 횡단하는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일단 중저속에서의 주행 성능은 나쁘지 않지만, 고속으로 주행할 경우 엔진의 열이 상당하기 때문에 일명 엔진이 퍼졌다라는 상태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갤로퍼 엔진의 경우 튜닝이 꽤나 어렵다고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3000cc LPG 엔진의 경우 LPG의 특성상 열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열 관리에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갤로퍼 엔진은 사골 중의 사골로 보면 된다. 출시된지 오랜 시간이 지날동안 한번도 엔진 개선이 없었다.

판매량이 상당하던 자동차인데, 도대체 어떻게 단 한번도 엔진을 개선하지 않았는지 현대의 대처에 의문점이 든다.

일단, 중고 갤로퍼를 구입할 생각이 있다면 엔진은 보링을 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구입하는 것이 옳다.

무너지지 않았을 것만 같았던 갤로퍼 천하에 위기를 찾아오게 만든 것도 바로 이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갤로퍼는 숏바디 모델과 롱바디 모델로 구분할 수 있는데, 롱바디는 승합차로 구분되어 7인승 9인승으로 출시되었다. 

승합차였기 때문에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갤로퍼가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좌석을 집어 넣으면서 뒷좌석의 간격이 생각보다 꽤 좁다.

그렇기 때문에 리스토어를 하는 사람들은 뒷좌석의 간격을 넓히는 작업을 하는 모습을 꽤나 자주 볼 수 있다.

숏바디는 2인용으로 뒷좌석에 짐을 적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롱바디 모델이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숏바디는 다리 짧은 아이 같아 귀여운 맛은 있지만, 대형 SUV의 느낌을 제대로 느끼려면 롱바디 모델을 추천한다.

숏바디 모델 중에서는 갤로퍼2 이노베이션이라는 모델도 있었는데, 외관상 조금의 변경이 된 것 말고는 특별히 달라진 사항도 없었고, 오히려 차체의 내구성이 최악이었던 탓에 많은 악평을 받기도 했다.

갤로퍼가 사골을 우려내는 동안 출시된 기아의 스포티지, 쌍용의 무쏘 등은 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며 갤로퍼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리려 시도하지만, 현대 정공에서 인터쿨러 등의 고성능 모델을 출시하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사골을 아무리 우려낸다 하더라도 보약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점차 갤로퍼에 질려가던 소비자들에게 테라칸, 렉스턴, 쏘렌토 등의 더 멋진 외관과 더 좋은 성능을 뽐내는 자동차들이 등장하게 되었고 갤로퍼가 자랑하던 4륜구동 보다 2륜구동이 대세가 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갤로퍼는 더이상 고급 SUV가 아닌, 사골 SUV가 된 것이다.

이후 각종 환경 규제 법안이 등장하면서 갤로퍼는 2003년을 끝으로 단종을 맞이하게 된다

이제는 누구도 찾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갤로퍼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리스토어 열풍이다.

2000년대에 접어들게 되면서, 전국에 웰빙 열풍이 불었고 이 때부터 캠핑 문화가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게 된다. 

새 차는 비싸고 오프로드를 다니기엔 차가 망가질까봐 불안한 상황에서 저렴한 중고 가격에 넓은 실내, 튼튼한 프레임바디와 함께 4륜 구동의 오프로드가 가능한 갤로퍼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사골로만 보였던 갤로퍼의 외관이, 남자다운 외형을 가진 멋진 올드카로 보여지게 된 것이다.

또한 많은 판매량에 힘입어 단종이 되었음에도 저렴한 가격에 부품 수급이 원활한 것이 장점이었고, 갤로퍼는 대한민국 어느 정비소를 가도 못고치는 곳이 없다 할 정도로 대중적인 차량이었기에 수리에 대한 부담이 매우 적었다.

많은 남성들은 깔끔하고 멋지게 리스토어 된 갤로퍼를 이끌며 산과 강을 건너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첨벙대는 강을 건너고, 수풀을 가로 질러 자갈밭을 통과하여 도착한 계곡앞에 세워둔 갤로퍼와 그 옆에 친 텐트, 그리고 노릇노릇 구워지는 삼겹살을 떠올리자니 몸이 들썩들썩 거린다. 

많은 남성들은 갤로퍼에 대해 다시 열광을 하게 되었고, 유명한 리스토어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갤로퍼 리스토어 열풍이 한국을 다시 한번 휩쓸게 되었다.

롱바디 모델의 경우 3열 바닥을 들어내거나, 혹은 바닥을 높여 2열 시트를 접으면 왠만한 침대 크기가 나오니, 든든한 적재공간 역시 커다란 장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으니, 하루가 멀다하고 떨어지던 갤로퍼 중고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여러 업체에서 리스토어를 해주겠다며, 돈을 받아놓고는 속은 버려둔 채 외관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는 등의 사건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갤로퍼 리스토어는 외관도 물론 중요하지만, 엔진, 구동계통, 부식여부 등의 중요 부위에 대한 수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갤로퍼 리스토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외관보다 자동차 자체의 노후 정도와 수리에 먼저 신경을 쓰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