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의 준중형 자동차 라세티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게 되면서 출퇴근용 자동차가 필요하게 됐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서둘러 면허를 취득하게 됐는데, 막상 자동차를 구매하려니 어떤 차를 구매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주머니 사정상 새 자동차를 구매할 돈도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자연스레 중고차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는데, 막상 중고차를 사려니 비싼 돈을 주고 중고를 구매하기에는 그 돈이 많이 아까웠다. 최대한 잘 굴러가면서 적당한 디자인을 갖추고 2년 정도 잘 탈 수 있는 저렴한 중고차를 열심히 찾아다녔는데, 그 중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GM대우의 라세티였다.

라세티 하면 크루즈의 전신인 라세티 프리미어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내가 구매한 것은 프리미어 이전의 1세대 라세티였다. 

라세티 중고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매우 저렴한 가격인데 중고차 시장에서 100~200만원의 가격으로 준중형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물론 새 차를 구매할 돈이 있었다면 당연히 새 차를 구매했을 테지만 돈을 모을 동안 운전연습도 하고 막 굴릴 수 있는 자동차를 물색했었기에, 이런 나의 조건에 딱 맞는자동차였다.

라세티가 프리미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기 전에는 1세대와 2세대로 나눌 수 있다.

1세대는 GM대우의 패밀리룩이었던 3분할 그릴의 마지막 적용 모델이었고, 2세대부터는 3분할이 아닌 무난한 일자형 그릴이 적용되었다. 1세대와 2세대를 통틀어 2002년~ 2008년까지 판매되다가 라세티프리미어가 출시되며 단종을 맞이했다.

라세티는 대우자동차 누비라 모델의 후속작으로 출시된 자동차인데, 대우자동차가 GM에 팔리게 되면서부터 옵트라라는 명칭으로 해외 수출이 되기도 했었다.

아래의 사진은 1세대 3분할 라세티가 해외로 수출되어 순찰차로 사용되었던 모습이다.

 



 

라세티의 엔진은 E-tec 2 DOHC엔진이 적용되었는데 이 엔진은 1500cc의 103마력을 갖춘 엔진이었고, 이 후에 2세대 뉴 라세티가 출시되며 106마력의 1600cc 엔진이 탑재되었다. 디젤모델로는 VM 모토리에서 개발된 2000cc의 RA 420모델이 장착되어 출시되었다. 

변속기는 아이신의 전자식 자동4단 변속기가 장착되었는데, 수동 모델의 경우 5단 변속기가 장착되었다.

나는 2003년식 1세대 3분할 그릴의 라세티를 200만원에 구매해 6개월 정도 운행하였는데, 엔진 출력이나 미션에 있어서 불편한 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자동차에 대해 잘 몰랐을 때이니 만큼 무난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초보자가 운행하기에 무난한 자동차라는 말이기도 하다.

써스펜션의 경우 앞 쪽은 맥퍼슨 스트럿이 적용되었는데, 조정성이나 승차감이 좋다는 평가가 많은 써스펜션이라 할 수 있고, 후륜의 써스펜션은 멀티링크가 적용되었다. 브레이크의 경우 전륜은 V디스크, 후륜은 드럼브레이크가 적용되었는데 라세티를 운행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브레이크가 꽤나 밀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혹시 문제가 있나 싶어 정비소를 찾아가 라이닝과 오일을 모두 교체했고 점검까지 받아보았는데, 이상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었기에 자동차 특성 자체가 브레이크가 밀리는 자동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라세티의 경우 ABS가 적용되지 않은 자동차였기에 언제나 안전운전을 다짐하며 운행했었다.

 

라세티의 판매량은 말 그대로 안 팔린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경쟁상대였던 아반떼나 쎄라토에게 짓밟히며 준중형 자동차 판매량 최하위를 기록했다. 운행을 하다보면 라세티 자체를 보기가 꽤나 어려운데 특히 3분할 라세티는 정말로 보기가 어려운 자동차이다. 그만큼 판매량도 적었었지만, 폐차나 해외수출로 많이 팔려나가다 보니 국내에서는 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한, 라세티중에서도 꽤나 희소성이 있는 라세티가 존재했는데 그것은 바로 해치백 모델과 왜건 모델이다. 

라세티 해치백 모델의 경우 조금이나마 판매가 된 덕분인지, 중고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왜건 모델은 중고시장에서 조차 쓸만한 모델을 구매하기가 꽤나 어려운 정도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해치백 모델의 찢어진 눈을 싫어하기에 올드한 매력을 가진 왜건 모델을 좋아한다. 왜건 모델의 경우 디젤로만 출시되었기 때문에 연비 면에서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디젤 모델치고도 연비가 썩 좋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내가 운행했던 모델이자 대부분이 구매하게 될 가솔린의 경우 고속도로 연비운행시 리터당 14km정도의 연비를 보여준다.

 

라세티의 고질병 중 하나를 뽑자면 삐그덕 대는 소리가 잘 난다는 것인데 방지턱을 넘을 때 삐걱 거리는 소리가 많이 난다면 물구리스나 양털유를 구매해서 고무 부싱류에 뿌려주면 삐걱 소리를 잡을 수 있다. 물론 영구적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소리가 날 때 마다 뿌려주어야 한다.

다른 단점 중 하나는 노면 소음이 꽤나 심하다는 것인데, 내가 타본 자동차중에서 노면 소음이 제일 심한 자동차였다. 

쉽게 설명하자면 요즘 나오는 경차 보다 더 심하다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 대우자동차 자체가 현대나 기아에 비해 노면소음이 더 큰 편이었는데, 라세티는 고속도로에 올라가면 옆사람과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노면 소음을 잡는 방법은 마제스티나 엔페라 같은 컴포트형 타이어를 장착하거나 하체 방음 작업을 해야 하는데, 비용이 꽤나 비싸다 보니 음악의 볼륨을 높여 타는 것이 비용 절약과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다른 단점을 하나 더 뽑자면, 그것은 바로 하체 부식이다. 요즘 출시되는 국내 자동차들 중에서도 SM 시리즈를 제외하면 하체 부식에 취약하다고는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출시된 자동차들 역시 부식에 취약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체 중에서도 뒷 휀다 부식이 가장 고질병이었는데, 나의 경우에는 구매할 때만 해도 분명히 멀쩡해 보였던 휀다가 6개월 만에 주먹만한 구멍이 뻥하고 뚫리는 대참사를 맞이하게 됐었다. 라세티를 타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비가 많이 오고 난 후에는 자동차의 하체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난다. 주행중에 브레이크를 밟거나 언덕길에 오르게 되면 주르륵 하고 물소리가 나는데, 사이드스텝쪽에 위치한 고무마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차체 하부에 물이 고여 소리가 나는 것이다. 물이 찼을 때 제때 빼주지 않으면 온전히 자연건조 되기 전까지 물이 빠지지 못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부식이 심하게 발생하게 된다. 

나 또한 여름 장마 이후 물 흐르는 소리가 났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뒷 휀다에 위치한 고무 마개를 빼주면 된다기에 대참사가 벌어질 것은 상상조차 못한채 꺼리낌 없이 고무마개를 힘껏 당겼었다. 그런데 이미 내부에서 부식이 많이 진행된 탓인지 고무마개와 함께 구멍만한 크기로 휀다가 뜯겨져 나왔다. 그때의 황당함과 처참함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비싼 돈 들여 휀다를 교체할 것 없이 우레탄폼으로 막으면 된다는 말에 철물점에서 6천원에 우레탄폼을 구매해서 열심히 구멍을 메꿔서 탔었다. 결국에는 구멍난 휀다 때문인지 매물이 팔리지가 않아 물건너 바다건너 해외수출을 보내게 됐다.

참고로 라세티를 구매할 예정이라면, 상기 고질병외에도 ABS 모듈 결함으로 리콜이 됐었는지, 브레이크 고착은 없는지에 대한 상태를 잘 파악한 후 구매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라세티는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성능의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기 때문에, 운전연습이 필요한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자동차이다. 나 역시 라세티가 생애 첫 자동차였고 같이 한 일들이 많아 아직도 추억이 많이 남아있다.

 

아래 블로그에 좋은 정보가 있으니 들어가보기를 권장한다.

https://m.blog.naver.com/semoestory/223113040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