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예능의 원조 무한걸스

나는 집에 TV가 없기 때문에 최근 유행하는 TV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할 일이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 B급 감성이 느껴지는 예능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무한걸스이다.

무한걸스는 MBC every1 채널이 탄생하면서 출범하게 된 여성 예능인데, 무한걸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무한도전의 포맷을 옮겨 왔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구조가 무한도전과 유사한 것이 특징이다. 

무한걸스는 무한도전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는데, 같은 MBC 내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이므로 법적, 도의적 문제가 될 것은 없었으나, 무한도전의 거대하고 극성맞은 팬덤 탓에 ‘무한도전을 표절한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이 무한걸스가 막을 내릴 때 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됐다.

무한걸스는 총 3개의 시즌으로 나누어 방영되었는데, 케이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최고 7%까지 나오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갈수록 떨어지는 시청률로 인해 시즌3를 막으로 시즌이 종료되었고, 시즌4가 제작될 것이라는 소문이 존재하였으나 시즌3가 종료된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제작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시즌4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무한걸스는 3개의 시즌으로 방영되었다고 했는데, 시즌2의 경우 시즌1과 시즌3와는 전혀 다른 멤버들이 출연하였으므로 사실상 무한걸스이지만 무한걸스가 아닌 느낌이 매우 강한 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무한걸스가 진행되는 동안 꽤나 많은 멤버가 개인사정으로 인해 교체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시즌3의 멤버가 가장 밀집도와 완성도가 높은 멤버 조합이라 생각한다.

시즌1의 경우 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성은, 오승은, 백보람, 정가은, 황보, 정시아가 교체와 합류를 거쳤는데, 초기 무한도전과 유사한 2% 부족한 느낌을 물씬 풍겨내는 B급 예능의 재미를 보여주며 무한걸스를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게 된다.

시즌1의 경우 재미와 인지도를 모두 인정받아가는 시기였기에 2년간의 방송 동안 무한도전과의 합동 방송이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인기를 모았던 무한걸스 시즌1이 갑작스레 종료되는 일이 발생했었는데, 그 이유는 갑작스러운 제작사 교체가 원인이었다. 제작사가 갑작스레 교체되며 일부 멤버가 교체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는데, 일부 멤버만을 교체하기에는 당시 멤버간의 유대 관계가 끈끈했었기 때문에 결국 전원 하차로 결정되면서 깔끔하지 못한 방식으로 시즌1이 종료하게 되었다.

시청자들의 많은 아쉬움과 기대속에서 새로 시작한 시즌2는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당시 톱스타였던 현영을 중심으로 안영미, 솔비, 정주리, 김은정, 정주리, 이지혜가 시즌2의 멤버로 활약하게 된다. 무한걸스의 팬들은 시즌1 종료의 아쉬움으로 인해 시즌2에 대해 약간의 반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시즌1이 보여주었던 완성도와 재미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38회만에 시즌2를 종료하게 된다.

시즌2가 종료되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는데, 그 기대감을 채워주었던 것이 바로 시즌3이다. 시즌3는 원년멤버들이 복귀하며 기대감을 높였는데 송은이, 황보, 백보람, 김신영, 김숙, 안영미, 신봉선, 백보람, 오주은, 한지우가 출연하다가 최종적으로 오주은과 한지우가 하차하며 7인체제가 완성되었다. 이 7인체제의 특징을 살펴보자면 1기의 멤버들이 전부 모였다는 점과 코미디언 위주의 멤버구성이라는 점이다. 코미디언 위주의 멤버 구성 덕분에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센스있는 애드리브와 판단력이 돋보이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었다. ‘무형식이 형식이다 프리스타일 3무 버라이어티 무한걸스’라는 타이틀을 외치며 프로그램을 시작하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멤버간의 역할 분담과 코미디 형식이 굉장히 잘 짜여진 예능프로그램이다.

준수한 인기를 구사해가던 프로그램에 소설 '운수 좋은 날'과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무한걸스의 공중파 진출 사건이다. 당시 MBC 파업의 여파로 인해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의 부재가 발생하자 MBC에서는 케이블에서 방영중이던 무한걸스를 공중파로 데뷔시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케이블에서 안정적인 시청자층을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공중파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의해 역사적인 공중파 데뷔를 하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케이블에서 보여주면 무한걸스 특유의 B급 감성이 사라질 것을 우려했다. 공중파이니 만큼 케이블에서 보여주던 것 보다 제약이 많기 떄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에피소드의 무한걸스화였다. 예를 들면 무한도전의 무한상사가 무한걸스의 무걸출판사로, 명수는 12살이 숙이의 학창시절 편으로 제작되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무한도전팬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무한걸스 자체가 무한도전의 스핀오프격 프로그램이지만 무한도전 팬들에게 무한걸스는 그저 표절프로그램일 뿐이었다. 또한 이미 진행중이던 프로그램을 공중파로 옮긴 것이므로 기존 시청자는 시청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지만 새로운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고 시청하기 불편한 프로그램으로 비춰진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반지의제왕1편을 보지 않고 2편으로 바로 넘어간 것과 다름 없었다.

또한 공중파로 넘어가면서 잃어버리게 된 전형적인 B급 감성의 부재가 걸림돌이 되었다. 19금 개그 등의 기존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소재가 공중파에서의 제약으로 인해 선보일 수 없게 되자, 자연스레 기존의 팬층마저 떠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케이블 복귀를 외치는 팬들이 점차 늘어나기도 했다. 

공중파 주말 예능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시청률 10%를 목표로 했지만 2~3% 수준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무한걸스는 결국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케이블로 복귀하게 되었고, 멤버들 역시 안방에 돌아온 것 같다며 안도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케이블로 복귀한 이후, 김신영의 건강악화로 인한 하차 및 복귀, 그리고 앤디 성추행 사건등의 악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재미에 비해서 비교적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최종화였던 무한걸스 50주년 특집의 경우 전국 시청률 0.6%를 기록하며 대장정의 막을 내리게 됐다. 시즌3가 종료되면서 시즌4가 곧 시작할 것이라는 루머가 퍼지기도 하였으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시즌4에 대한 추가적인 코멘트가 없는 것으로 보아 시즌4는 현재 제작 계획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언니들의 슬램덩크라는 여성 예능이 주목받게 되자, 자연스레 무한걸스를 떠올리는 시청자들이 늘었는데, 무한걸스의 맏언니 였던 송은이는 다시 하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무한걸스를 뽑으며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나 역시 시청자의 입장에서 무한걸스를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었기 때문에, 무한걸스 시즌4가 제작되기를 바래본다.